본 인터뷰는 이메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티비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입니다. 뉴스레터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면?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에 지원하세요. 여러분이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스티비 크리에이터 지원하기 https://creatortrack.stibee.com
간단한 본인 소개 및 뉴스레터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귀찮 : 안녕하세요! 6년 전 서울에서 경북 문경의 시골로 내려와 일상 만화를 그리며 사는 귀찮입니다. 모두가 서울의 아파트를(하다못해 수도권의 아파트라도) 외치는 가운데 뜬금없이 시골에 내려와 으스러져 가는 시골집을(떼돈 들여) 고쳐 살고 있는 미련한 사람이죠. 이런 미련한 사람이 세상에 저뿐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저기 충남 금산에 저와 비슷한 사람이 하나 있더라고요. 바로 <금.시.퇴>의 미리 작가님!
미리 : 안녕하세요, 글 쓰고 콘텐츠 만드는 김미리입니다. 저는 평일에는 서울에서 작가이자 브랜드 인큐베이터로 일하고요. 금요일 밤이면 멀리 충남 금산의 시골집으로 내려가 시골살이를 하고 있어요. 귀찮 작가님은 풀타임 시골 사람, 저는 파트타임 시골 사람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저희는 <계절편지>라고 이름 붙인 편지를 주고받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각자의 시골에서 머무는 기쁨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편지예요.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귀찮 : 이 프로젝트는 밝은세상 출판사의 서간 에세이 출간 제안으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처음엔 여느 책들처럼 두 작가가 서로 묵묵히 편지를 쓰고, 주고받다가 어느 날 세상에 보이는 방식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작가와 편집자 이외엔 아무도 볼 수 없는 글을 외롭게 쓰기가 좀 아까운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묵히는 시간 없이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SNS에 올리는 편인데, 불완전한 채로 노출된 과정 속에 얻어걸린 것들이 잘 가다듬어진 결과보다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경험을 자주 해왔거든요.
집을 예시로 들면 완벽하게 도색까지 마친 깨끗한 벽에 데코까지 끝난 상황이 아니라 벽돌을 잔뜩 쌓아 놓고 되직한 시멘트 반죽을 만들고 있는 그 순간이 훨씬 더 재밌고 상상할 거리를 많이 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달까요? 시멘트 반죽일 때부터 함께한 스토리를 알고 나면 같은 집도 훨씬 더 가치 있게 느껴지니까요. 그래서 평소에 완성을 만드는 건 과정을 충실히 말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지내요. 자연스럽게 이번 프로젝트 역시 미완일지라도 어딘가에 노출하면서 완성해 나가자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고요.
마침 매주 <수풀집 편지>를 부치는 미리 작가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과정을 노출하고, 그를 통해 많은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놓치기엔 얼마나 큰 기회인가’ 라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더라고요. 아마 미리 작가님의 <수풀집편지>나 <퇴사원 주간>보고도 완성을 쓰는 게 아닌 스스로 수렴하고 싶은 이상향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면서 쓰는 과정 일기라 그런 공감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미완의 과정을 노출하기로 하면서 선택한 게 스티비예요. 우리의 편지가 독자님에게도 편지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뉴스레터가 1순위로 떠오르더라고요.
뉴스레터를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만드시나요?
귀찮 : 그때그때 다른데요, 사실 초반엔 잡초를 뽑으면서도, 설거지를 하면서도 한 달 내내 틈틈이 원고 생각만 했어요. ‘무슨 이야기를 쓰지?’ ‘이건 어떨까?’ 하면서 미리 기획을 잡아두기도, 세이브 원고를 쓰기도 하고요. 그런데 몇 번 주고받아 보니 다 소용이 없어졌어요. 계절 편지의 특성상 날씨와 온도로 안부를 물으며 편지를 시작할 때가 많더라고요. 한 달 사이에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공기 냄새와 온도를 담다 보면 ‘언젠가 써야지’ 하고 담아두었던 소재보다는 정말 그날의 계절과 기분을 담아 쓸 때가 많아요. 그럼 소재가 없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제가 하는 그 어떤 마감보다 분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재 고갈에 고통받은 적이 없어요.
물론 소재 걱정은 하지만, 그건 책상에 앉기 전까지에요. 할 말이 없어서 낑낑 대다가도 막상 앉아서 작가님의 지난 편지를 차분히 읽고 답을 쓰다 보면 그냥 술술 쓰게 돼요. 편지의 힘인가 봐요. 나와 비슷한 듯 다른 삶을 사는 다정한 수신자가 있고, 그를 향해 글을 쓴다는 건, 뭐랄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잘조잘 나누는 느낌이에요.
미리 : 저도 비슷해요. 평상 시 소재 찾기에 굉장히 진심인 편이에요. 메모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계절 편지는 자연스럽게 ‘이번 달엔 작가님께 이 이야기하면 좋겠다…’ 하게 되더라고요. 귀찮 작가님과 저 둘 다 시골에 살고 있잖아요. 시골에 사는 이들 간에 나눌 수 있는 공감대가 있어요. 대단하지 않은 즐거움, 표 나지 않는 힘듦. 그런 것들을 작가님께는 털어놓을 수 있겠더라고요. 저희의 편지를 독자님들도 지켜보고 계신데, 저는 1차적으로 ‘작가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한다’고 생각하며 쓰고 있어요. 물론 독자님들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요.
뉴스레터를 발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피드백이 있나요?
귀찮 : 초반엔 깔깔거리며 주고받기만 했는데 요즘은 자꾸 웃다 울고 북 치고 장구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그해 여름’ 편에서 미리 작가님이 그린 여름의 한 장면은 너무 웃기고, 근데 읽다 보면 그 웃는 얼굴 그대로 사뭇 진지해지다가 분노하게 되고, 그러다 울게 되었어요. 심지어 그 다음 편지에선 거의 오열하게 되었고요. 한 통의 편지를 읽으며 이렇게 많은 감정을 느끼는 경험 자체가 참 귀한 것 같아요. 이 인터뷰를 읽는 스티비의 독자님들도 꼭 한번 읽어보세요.
미리 : 저도 귀찮 작가님 편지 받고 혼자 모니터 보면서 울다 웃다 해요. ‘반잡초파 입장문’ 제목으로 편지를 부친 적이 있는데요. 과거의 잘못된 판단으로, 제 시골집 마당을 보랏빛 잡초가 점령해 버린 이야기를 담아 보냈어요. 귀찮 작가님은 물론, 독자님도 소리 내어 웃으셨다며 답장을 주셨던 게 기억납니다. 보랏빛 잡초 서스펜스라는 장르라는 이름이 붙었었죠. 작가님과 독자님들 모두 잡초로 고통스러워하는 저를 두고 웃기가 미안하다며 웃음을 억누른 답장을 주셨는데요. 그 답장을 받고 웃음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어디 또 새로운 잡초 없나? 찾기도 했어요. 작가님과 독자님들이 웃으실 수 있다면 새로운 잡초를 들이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해 보려고요.
요즘 즐겨보는 뉴스레터, 혹은 좋아하시는 뉴스레터가 있으신가요?
미리 : 아침 매거진이 발행하는 일요 영감 모음집과 오지윤 작가님이 발행하는 보낸이 오지윤을 오랫동안 즐겁게 구독하고 있어요.
일요 영감 모음집은 매주 일요일 아침 6시에 발행되는 유료 뉴스레터인데요. ‘아침’이라는 시간을 베이스로 한 여러 이야기와, 생각의 단초가 될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가득 담아 보내주시거든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발행하는 종이 매거진으로 오랫동안 구독하고 있었는데, 뉴스레터는 매주 발행돼서 또 다른 즐거움으로 구독하고 있어요.
보낸이 오지윤은 <작고 기특한 불행>이라는 브런치북으로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한 오지윤 작가님의 에세이 뉴스레터예요. 오지윤 작가님만의 시선이 담긴 산문과 사진을 보내주신 답니다. 읽고 나면 저도 꼭 글이 쓰고 싶어 지더라고요.
스티비로 뉴스레터를 보내기로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미리 : 2021년 말이었을 거예요. 시골집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보내고 싶다고 생각거든요. 그때 인스타그램 광고로 스티비를 처음 접했어요. 접속해서 무료 버전을 사용해 봤는데, 사용법이 직관적이고 제공하는 템플릿도 다양하더라고요.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능들과 디자인을 활용하면, 복잡한 작업 없이 제가 하고 싶은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렇게 첫 유료 뉴스레터 <수풀집편지>를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 뉴스레터 <퇴사원 주간보고>도 스티비를 사용해서 보내고 있어요. 귀찮 작가님과 연재 형태를 생각했을 때도 자연스럽게 스티비가 좋겠다 싶었죠.
스티비로 뉴스레터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미리 : <계절 편지> 발송 예약을 하는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작가님과 독자분들이 새벽 6시에 받아보실 수 있도록 예약 발송을 하고 있는데요. 편지에 담은 계절과 마음이 잘 도착할까, 이 편지가 읽으시는 분들의 하루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감상적인 생각도 하고요. 새벽에 발송해야 하는데 만약 스티비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새벽까지 기다리다 발송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앞으로의 뉴스레터 발행 계획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미리 : <계절 편지>는 귀찮 작가님과 제가 1년 동안 주고받는 편지잖아요. 귀찮 작가님과 저, 독자님들 곁을 지나는 계절과 이야기들을 담게 될 텐데요. 계절처럼 성실하고 꾸준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하루하루를 세세히 보면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지만, 어느새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고 하잖아요. 그런 계절처럼, 자연처럼, 차근히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욕심이 있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뉴스레터 시작을 고민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을 나눠주세요.
미리 : 첫 뉴스레터 <수풀집편지>를 시작할 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누가 내 얘기를 시간과 마음을 내어 읽어줄까? 내가 보내는 콘텐츠가 그럴 가치가 있을까? 너무 평범한 이야긴데?’ 하면서요. 그때는 뉴스레터를 받는 이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1년 간 보냈던 그 뉴스레터를 톺아보면, 그 뉴스레터는 과거의 제가 미래의 저를 위해 보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명이 구독할까, 몇 명이 오픈할까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귀찮 : 여러분의 시멘트 반죽을 보여주시죠! 엉성하고 형편없어 보이는 흐물한 시멘트 반죽일지라도,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바르길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단단한 집이 완성되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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