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레터

소개
<리뷰레터>는 한 명의 문학평론가가 지극히 편향적인 안목으로 작품을 골라 소개하고, 그에 대한 리뷰를 공유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발행일
격주
본 인터뷰는 이메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티비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입니다. 뉴스레터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면?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에 지원하세요. 여러분이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스티비 크리에이터 지원하기 https://creatortrack.stibee.com

간단한 본인 소개  뉴스레터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한국문학 평론가로, 또 한국 여성문학사 연구자로 생활하고 있는 최가은이라고 합니다. 2022년 7월 19일부터 시작한 <리뷰레터>는 한국문학, 특히 한국 시에 대한 리뷰를 통해, 근래에 제가 인상 깊게 보았던 시를 독자분들에게 소개하고, 제 주관적인 감상을 나누는 뉴스레터입니다.
평소에 시에 대한 관심이 많은 독자 분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오실 수 있는 곳이길 바랐고, 그러다 보니 레터의 내용 자체도 그런 분들을 상상하면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은 <리뷰레터>의 주 타겟 층도, 또 실제로 제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는 분들도 시에 대해 이미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최근 '시집 읽기'를 주제로 여성 독서 커뮤니티 '들불'(스티비를 통해 <들불레터>를 발행하고 있죠!)과, 또 여러 사설 아카데미들과 협업하여 많은 독자분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시집에 대해 '어려운 호기심'을 갖고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만나본 분들은 시집 읽기를 필요 이상으로 어려워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아주 강렬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었어요.
그런 분들께서 일종의 '전문가 가이드'를 원하시며 저희 기획에 참여해 주셨던 건데요. 그분들에게 저의 읽기 방식을 전달하면서, 또 그에 대한 피드백으로 독자 분들의 감상을 전달받으면서, 이미 한국 시의 열렬한 독자인 분들은 물론 시집을 잘 모르지만, 꼭 경험하고 싶다고 느끼는 독자분들과도 유의미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제게 개인적으로 보내주시는 메시지에서, 시집을 '거의 처음' 읽는 거나 다름없었는데 인상적인 경험이었고, 앞으로는 시집을 두려움 없이 더욱 많이 읽게 될 것 같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러니 시를 더 쉽게, 더 마음대로 읽어버리자고, 그것만이 유일하게 최고인 독서 방식이라고 주장하는 말들에는 반대하는 편이에요. 세간의 오해처럼 시는 단순히 감성적인 것도, 서정적인 것도, 그렇다고 정치적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시가 무엇보다 '다른' 사유를 강제하는 힘을 지닌 장르라고 생각하고, 제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는 분들은 저와 함께 그 강제성을 경험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계기는 무엇인가요?

다른 분들은 혹시, 한국문학에 관한 리뷰를 주로 어디서 보시나요? 비평가들이 작품(특히 신간)에 대해 쓰는 글을 리뷰라고 할 것이냐, 본격 비평이라고 할 것이냐, 아니면 상업적인 홍보 역할로 볼 것이냐...부터가 이미 상당한 논쟁거리인데요. 어쨌거나 문화 저널리스트나 출판사 편집자의 입장이 아닌, 비평가의 입장에서 한국 문학에 관한 글을 게재하는 루트는 대부분의 평론가에게 비슷하게 경험되고 있어요.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월간지, 또는 문학 웹진 등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선별된, 혹은 비평가 개인의 '전문가적 관점'에서 선택된 작품들이 문예 잡지를 통해 소개되고, 그 작품들에 대한 '리뷰' 혹은 '비평'이 쓰이는 것이죠.
저도 그런 식의 쓰기를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보람도 느낍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렇게 정형화된 방식이나 시기적으로 유효한 주제론이나 작가론 말고, 그때그때 말 그대로 저에게 특정한 사유를 강제한 작품들에 대해, 상당히 사적이면서도 또한 공적인 성격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욕망은 늘 있었어요. 블로그, 브런치와 같은 개인 sns를 매체처럼 활용하는 방법이 있기도 했지만, 누군가가 정말 보고 있다, 심지어 그 누군가가 이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착각'이 제게 필요했어요. '일'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자유도 있지만, '일'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가능성 역시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적당히 저를 강제하고, 또 적당히 자유를 보장해 주는 매체로서 뉴스레터가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뉴스레터를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만드시나요?

저의 하루는 독서를 하고 이에 대해 리뷰나 논문, 발제문을 쓰는 등 오로지 다양한 쓰기 및 읽기로만 이루어져 있어요. 평론가로서의 삶, 연구자로서의 삶 모두 제가 간절히 원해서 시작한 일들이지만, 가끔은 모든 게 너무나 일방적인 것처럼 느껴지고, 또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많더라고요. 아무래도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그런 소외감이랄까 제 생각의 폐쇄성이 더 예민하게 느껴진 것 것 같아요.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떤 마음으로 뉴스레터에 임하고 있다고까지 말씀드리긴 민망하지만, 뉴스레터 발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제 하루를 구성하는 수많은 읽기와 쓰기, 이리저리 뒤얽히고 겹치는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아요.
특히 그것이 발행과 동시에 누군가에게 수신되는 이메일의 형태로 쓰인다는 게 상당한 긴장감과 설렘을 주기도 하고요. 지난 번엔 마감을 앞둔 두 편의 비평 원고를 거의 동시적으로 쓰고 있었는데요, 쓰는 도중에 자꾸 다른 쪽으로 생각이 새어나가더라고요. 잠시 쉬어가기 위해 평소 좋아하던 문보영 시인이 자음과모음 2022 여름호에 발표했던 <지나가기>라는 시를 읽었는데, 당장 쓰고 있는 원고의 내용과 어느 정도 연결되는, 그러나 또 어떤 면에선 전혀 연결되지 않는 어떤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평소라면 '일'과 무관한 그런 생각들은 제 기억 한구석에 모아두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게 내버려두었겠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 생각들을 정리해서 뉴스레터로 발행했어요. 그 원고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특히나 신기하고, 기뻤던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발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피드백이 있나요?

모든 피드백이 기억에 남죠. 특히 평소 신뢰하는 동료들이 거의 매번 피드백을 들려주는데, 언제나 고맙게 여기고 있어요. 무엇보다 '재미없는' 리뷰인데, 매번 꼬박꼬박 읽어주시는 자체가 다 기쁜 경험이에요. 솔직히 가장 놀라울 때는, 구독자 목록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이름을 발견할 때에요. 어디서, 어떻게 아셨지? 이런 생각부터... 저와 개인적인 친분이 따로 없는 경우에는 더욱 고맙고 반갑고 그렇죠. 이번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 좀 더 다양한 분들을 구독자 목록에서 만나게 되면 좋겠네요!

요즘 즐겨보는 뉴스레터, 혹은 좋아하시는 뉴스레터가 있으신가요?

민음사의 <한편>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늘 재밌게 보고 있고요. 저와 함께 시 북클럽을 진행 중인 '들불'의 <들불레터>도 저의 최애 뉴스레터입니다.

스티비로 뉴스레터를 보내기로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뉴스레터라는 매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스티비 때문이었어요. 2년 전쯤 스티비의 객원 에디터로 민음사와 창비, 그리고 문학살롱 초고의 뉴스레터 발행인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거든요. 솔직히 그전에는 뉴스레터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저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분들을 인터뷰하면서 뉴스레터가 기존의 매체와는 다른 종류의 고민과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게는 문학 비평의 내용뿐만 아니라 비평이 쓰이고 유통되는 경로 자체가 큰 고민거리여서 인터뷰이들의 말씀이 내내 기억에 남았고요. 인터뷰이들이 다들 스티비 칭찬을 많이 해서 스티비가 이용하기 편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때 함께해 주셨던 스티비 팀원께서 저에게 개인 뉴스레터 발행을 계속해서 제안해 주셨는데요. 덕분에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스티비로 뉴스레터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스티비는 저처럼 모든 면에 둔한 인간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구글링을 해보았는데 스티비 도움말에 이미 너무 정리가 잘 되어 있기도 하더라고요. 스티비의 노고를 바탕으로 제가 혼자서 이메일을 발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상적인 경험입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스티비 팀의 관심입니다. 정말 콘텐츠 하나하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좋은 콘텐츠를 장려하고 또 소개하는 데 열정적이신 것 같아요. 제 콘텐츠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부끄럽고 감사해요. 여러모로 의지도 되고, 또 신뢰가 생겨서 더 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의 뉴스레터 발행 계획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앞으로도 제 뉴스레터는 계속 무료로 진행이 될 것 같아요. 조금 고민인 것은, 제가 실험적으로 [월간시집]이라는 코너를 따로 만들어보고 있는데요. 애초에 발행하고자 했던 리뷰 코너는 주로 시 1-2편, 혹은 단편소설 한 편 정도에 한해 진행하고 싶어서예요.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문학 작가들은 여러 계간지, 월간지, 그리고 웹진을 통해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독자분들이 문예지라는 경로를 통해서 작품 하나하나를 접하고 즐기는 일이 현실적으로 쉬운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러기엔 문예 잡지의 수가 너무 많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문예지 독자 수가 적기도 하고요. 또, 그해의 단편소설의 경우에는 그래도 문학과지성사의 <소설보다> 시리즈랄지, 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 혹은 그 외 여러 문학상 수상집 등을 통해 독자분들에게 선집의 형태로 소개되기도 하는데, 시의 경우에는 소개된 1-2편의 시들이 1권의 시집으로 묶여 나올 때까지 독자들에게 가닿는 일이 더욱 어렵기도 하고요.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저와 제 동료인 조대한 문학 평론가는 '시로'라는 시 리뷰 블로그를 2020년 한 해 동안 운영하기도 했었는데요. 저희의 작업은 하반기 자음과모음에서 '인터리뷰집'의 형태로 묶여 출간될 예정이에요. 출간과 함께 저희가 함께 했던 작업은 일단락되겠지만, <리뷰레터>의 본 코너를 통해서 제 개인의 리뷰 작업은 이어가고 싶어요. 이와 별개로, 시집을 하나의 단위로 해서 리뷰를 작성하는 코너를 운영하고 싶어 [월간 시집]을 새로 만든 것인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니 조금 버겁더라고요. 우선은 하반기까지 조금 어지럽지만 투 트랙을 동시에 진행해 보고,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어느 정도 안정되고 질서 있는 발행 목록을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뉴스레터 시작을 고민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을 나눠주세요.

저야말로 정말 뉴스레터 새내기라서 들려드릴 어떤 노하우 같은 것은 전혀 없고요. 다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시작이 번거롭고 두려워 고민하고 계신다면 우선 시작해 본 후에 걱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뭐든 해 봐야 고민도, 변화의 방식도 구체화되는 것일 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더욱 편향적이고 주관적인, 그리고 고집스러운 리뷰나 비평이 뉴스레터라는 매체를 유연하게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뉴스레터는 보편적으로 좋은 작품 및 제품들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방식의 리뷰에도 적합하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내용이나 형식을 갖춘 리뷰나 비평이 만들어지기에 더욱 재미있는 가능성을 가진 장소라고 생각되거든요. 개인 sns와 공식화된 매체 그 사이에 있는 것이 뉴스레터 같기 때문이에요. 모쪼록 많은 분들이 스티비 뉴스레터를 통해 재미있는 기획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더 고민하고, 노력해 볼게요. :-)
본 인터뷰는 이메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티비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입니다. 스티비 크리에이터 지원하기 https://creatortrack.stibee.com